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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평제, 벚꽃길이 아름다운 근린 공원에 가다.

by 지훈쌤TV 2024. 4. 8.

1.  목포에서 살게 된 이유, 나불나불

 

  목포로 이사 온 지 1년이 거의 다 되어갑니다. 광주에 살 땐 잘 몰랐는데, 목포에 오고 나니 주말에 광주를 가서 시간을 보내는 게 참 즐겁습니다. 광주에서 출퇴근하며 보성에서의 학교생활을 3년 반 이어나가던 중, 보성에서의 인사점수로는 광주근교로 올 수 없다는 말을 듣고, 주변에서 추천해 준 목포를 지원했습니다. 예전에 같이 근무했던 선생님이 계신 곳으로 썼는데, 운이 좋게도 같은 학교로 발령이 나게 되었습니다. 기쁨도 잠시, 보성에서 3년의 정보부장을 마치고 목포로 온 저를 기다리고 있던 것은 인성부장이라는 직책이었습니다. 모든 일에는 매뉴얼이 있고, 그 매뉴얼만 잘 지키면 뭐든지 할 수 있다고 여겼던 저의 치기 어린 다짐에도 불구하고, 학폭이라는 업무는 너무나도 마음을 갉아먹었습니다. 학폭 관계 학생들과 상담하는 것도 문제였지만, 학폭 관계 학생 학부모님과 통화를 할 때마다 저를 향한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그 칼날 같은 말에 온몸이 만신창이가 되었습니다. 

 

  그러고 나서 나는 2년간 정보부장이 되었다. 그냥 정보부장이 아니고, 선도학교를 2개 운영해야 하는 정보부장이었습니다. 보고서를 써야 하는 것도 문제였지만, 그보다 저를 힘들게 한 건, 조금도 도와줄 마음이 없어 보이는 선생님들의 모습이었습니다. 같은 정보일을 하게 된 선생님들은 학생들이 가면 조퇴를 써버렸고, 텅 빈 학교에서 한 달에 10차례 씩 야근을 하며, 그렇게 2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다. 출퇴근 시간을 합하면 대략 3시간 정도, 그 와중에 다이아몬드 같은 아들이 태어난 건 저에게 큰 힘이 되었습니다. 아들을 보며 매일매일 버텼지만, 체력이 도와주지 않았습니다. 하루에 10잔이 넘는 커피를 마시고, 집에 오면 지쳐서 잠들어 버린 탓에 아내를 많이 도와주지 못했습니다. 그런 나날이 지나고 저는 지금의 학교로 전입을 오게 되었습니다.

 

  6학년을 맡긴 했지만, 처음으로 부장을 맡지 않았습니다. 마음의 여유가 생겼으나, 내려갈 줄 모르는 경유 가격이 마음이 아팠고, 나름 장거리를 즐긴다고 생각했기에 나쁘지 않게 생각한 출퇴근 시간도 지겹고 그 시간이 너무나도 아깝게 느껴졌습니다. 진지하게 아내에게 목포로 이사를 가자고 이야기했고, 너무 고맙게도 목포에 아무런 연고가 없음에도 아내는 저의 의견을 들어주어서 목포로 이사를 오게 되었습니다. 운이 좋게도 걸어서 1분 거리에 있는 아파트로 오게 되었고, 지금 생각해도 이사오길 너무나 잘했다고 생각합니다.

 

2. 온고당의 보리굴비정식, 세 식구를 모두 만족시키다.

 

 

  온고당으로 향하다 보니, 왠지 예전에 왔던 느낌이 강하게 들었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예전에 친구 부부와 함께 왔던 곳이었는데 그때에는 따로 주차시설도 없고 조금 불편했었던 기억이 납니다.  12시에 맞춰서 와서 그런지 얼마 지나지 않아 룸으로 안내를 받았습니다. 그리고 음식이 나오는데, 하나하나 정성이 들어가 보이고 정갈해 보이는 게 보는 것만으로도 배부른 느낌이었습니다. 그리고 화룡정점을 찍을 보리굴비가 나왔는데, 3살 아들은 생선 머리가 신기했는지 자꾸 만지려고 해서 제지하느라 바빴습니다. 그리고 계속 긴장했던 이유가, 아들이 이제 기저귀를 차지 않고, 팬티를 입고 있었기 때문에, 아들이 '쉬 마려워' 하는 순간 누구보다 빠르게 아들을 데리고 화장실로 가야 했었기 때문입니다. 그런 아빠를 보며 아들은 재미있는지 자꾸 쉬 마렵다, 응가 마렵다고 하면서 화장실에 가서 실실 웃곤 했습니다. 아들이 웃으며 '노래 부를까?' 하면 중장비 10마리가 등장하는 옆으로 가를 완창해야 했기에, 쉽지 않았습니다. 그래서였을까요, 아들의 장난에도 불구하고 보리굴비 정식을 정말 맛있게 먹었습니다. 그리고 온고당과 3분도 채 되지 않는 거리에 있는 전평제 근린공원으로 향했습니다.

 

3. 전평제,  벚꽃이 아직 많이 피지 않았음에도 충분히 아름다웠던 근린 공원

 

 

  날씨도 좋고, 예쁜 아들과 풍경사진도 찍을 겸 해서 집에 꽁꽁 숨겨두었던 디카를 가지고 나왔습니다. 집 앞에 호수 공원이 있으면 참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제가 상상하던 호수 공원과 많이 겹치는 것 같아 더 좋았던 것 같습니다. 아들은 밥 먹은 것을 모두 소화시키려고 하는지 1시간 동안 쉬지 않고 뛰어다녔습니다. 예쁜 꽃들도 보고, 벚꽃 사진도 찍고, 차마 적진 못하겠지만 예상하실 수 있는 사고가 터지는 바람에  땀이 한 바가지는 흐른 것 같습니다. 혹시라도 벚꽃이 만개하는 3월 말에서 4월 초, 광주 여행을 계획하고 계시다면 온고당에 이어지는 전평제 근린공원 산책을 추천합니다. 오랜만에 봄 같은 날씨 속에서 봄 같은 아들 미소를 맘껏 볼 수 있어 행복한 날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