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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쁘지 않아도 사랑스러운, 빨강 머리 앤처럼

by 지훈쌤TV 2025. 1. 29.

 

pinterest

 

걷다 보니 길모퉁이에 이르렀어요.
모퉁이를 돌면 뭐가 있을지 모르지만,
전 가장 좋은 게 있다고 믿을래요.
길모퉁이에도 나름의 매력이 있어요,
모퉁이 너머 길이
어디로 향하는지 궁금하거든요.

루시 모드 몽고메리, <빨강 머리 앤> 

 

어린 시절 저의 기억에 생생하게 남아 있는 애니메이션, 빨강 머리 앤입니다.

 

겨울방학의 아침, 눈이 채 뜨이지 않은 채로 TV 앞에 앉아 앤의 이야기에 빠져들었던 그 시간들. 마치 아침형 인간이 된 것처럼 부지런하게 움직이게 만든 건 다른 무엇도 아닌 빨강 머리 앤이었습니다.

 

당시 인기 있던 애니메이션들은 하나같이 화려하고 아름다운 주인공이 중심에 있었습니다.

 

세일러문, 웨딩 피치, 천사소녀 네티처럼요.

 

하지만 빨강 머리 앤은 달랐습니다.

 

앤은 예쁘지 않았습니다.

 

아니, 오히려 외모 때문에 스스로를 미워하기도 했죠.

 

그러나 그녀는 누구보다 사랑스러웠습니다.

 

“예쁘지는 않지만 사랑스러워.”

 

이 말속에는 제 마음도 숨어 있었던 것 같습니다.

 

완벽하지 않아도, 사랑받고 싶다는 바람.

 

어린 마음에도 그 소망은 앤과 겹쳐졌습니다.

 

앤의 말들은 저를 종종 멈춰 서게 했습니다.

 

엘리자가 말했어요.
세상은 생각대로 되지 않는다고.
하지만 생각대로 되지 않는다는 건 정말 멋져요.
생각지도 못했던 일이 일어나는걸요~!

앤 셜리

 

 

그녀는 언제나 세상을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았습니다.

 

세상이 기대처럼 흘러가지 않아도, 그 안에서 새로운 즐거움을 발견하는 법을 알고 있었죠.

 

어릴 적에는 그 말들이 단순히 멋있다고만 생각했지만, 어른이 된 지금, 그 진정한 의미를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저 역시 앤처럼 되고 싶었습니다.

 

상상력과 긍정을 잃지 않는 사람.

 

세상 속에서 작은 기쁨을 발견하고 그걸 소중히 여길 줄 아는 사람이요.

 

학생이 생일 선물로 그려준 저의 모습입니다.

 

시간이 흘러 저는 이제 교사가 되었습니다.

 

학생들과 함께 보내는 날들은 마치 앤의 모험처럼 예측할 수 없고 흥미진진합니다.

 

한 해 동안 많은 일들이 있었죠.

 

때로는 지치고 힘들 때도 있었지만, 그런 순간마다 저는 앤의 대사를 떠올립니다.

 

"살면서 실망스러운 일들도 많을 텐데 걱정이야."
"어머, 마릴라, 즐거운 일은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기다리는 게 반인걸요. 기다리던 일이 이루어지지 않을 수도 있죠. 하지만 기다리는 동안의 즐거움은 어떤 것으로도 막을 수 없어요. 전 실망하는 것보다 아무것도 기대하지 않는 게 더 나쁜 것 같아요."

루시 모드 몽고메리, <빨강 머리 앤>

 

학생들을 기다리는 마음이 꼭 이와 같습니다.

 

방학 동안 어떻게 지냈을지, 얼마나 자랐을지, 배우던 것들을 잊지는 않았을지 걱정도 되지만, 그보다 설렘이 더 큽니다.

 

이번 설날 연휴가 끝나면 마지막으로 올해의 학생들을 만납니다.

 

짧은 5일 동안 나눌 대화와 함께할 시간들이 어떤 추억으로 남을지 기대 반, 아쉬움 반으로 기다리고 있습니다.

 

앤처럼, 모퉁이를 돌았을 때 펼쳐질 새로운 길을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기다리려 합니다.

 

오늘의 작은 이야기가 여러분에게 따뜻한 기억이 되길 바랍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