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책 소개 및 책을 읽게 된 동기
슌 인스타그램(https://www.instagram.com/p/C2gwVfTrUct/?utm_source=ig_web_copy_link&igsh=MzRlODBiNWFlZA==)
shunyoon님에 대해서 알게 된 건, 인스타그램의 웹툰인 '인스타툰' 때문이었습니다. 귀여운 그림체와 그와 어울리지 않는 조금 다크 한 느낌이 좋았습니다. 이야기를 보고 있으면 자꾸만 비슷한 저의 경험들이 떠올라 잠시 추억에 잠기기도 했습니다. 그러던 중 슌 님의 스레드에서 '내 신간 오늘 나왔다... 초판 한정으로 굿즈 이벤트도 진행 중!'이라는 글을 보는 순간 댓글로 '너무 귀엽네요! 꼭 구매할게요!!'라고 쓰고 있는 저 자신을 발견했습니다. shunyoon 님이 댓글도 달아주시고, 이건 꼭 읽어야 된다는 생각이 들어 바로 구매하게 되었습니다.
책을 처음 보고 '표지의 그라데이션이 벚꽃 같아서 참 예쁘다'라고 생각했습니다. 책은 크게 'PART1. 나도 내가 처음이야'와 'PART2. 오해 말고 이해받고 싶어', 그리고 'PART3. 약한 게 아니라 나다운 거야'의 세 부분으로 이루어져 있고, 각 파트에는 20여 개의 만화, 1편의 에세이와 1편의 그림일기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매일 조금씩 아껴서(?) 읽었으나 1주일 만에 다 읽어버려서 조금 아쉬웠습니다. 책의 표지에 나와있듯이 '생각이 많은 우리에게 자존감 지킴이 shunyoon 이 보내는 응원'같은 내용들이 담겨 있고, 만화는 하나하나 너무 재미있었습니다. 물론 에세이를 읽다가 중간중간 깜짝 등장하는 '... 는 말을 하려는 건 아니고'도 저는 참 좋았습니다.
2. 책을 읽으면서 든 생각 나불나불
이 글을 읽다보니, 아이러니하게도 저의 20대가 떠올랐습니다. 대학을 들어가기 전, 어머니의 손에 이끌려 한 스님을 만나러 가게 되었습니다. 스님께서는 저의 사주를 봐주셨고, 저에게 '대호'라는 호를 지어주셨으며, 저를 아들 삼아 주셨습니다. 그때의 저를 떠올려보면, 별생각 없이 어서 이 시간이 빨리 끝나서 친구들을 만나러 갈 생각뿐이었던 것 같습니다. 아직도 그 스님이 그려주신 저의 인생그래프가 생각납니다. 그건 바로 W였고, 제가 지금 있는 위치는 가운데 가장 높은 곳이었습니다. 스님께서는 30살까지 저의 인생그래프가 하락하다가, 상승곡선으로 가게 된다고 말씀해 주셨습니다. 그때 저는 그런 생각을 했던 것 같습니다. "지긋지긋한 재수공부가 끝나고 이제 20대의 청춘이야기가 펼쳐지려고 하는데, 이게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인가' 라구요. 그리고는 별다른 생각을 하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4년 간의 대학생활이 끝나고, 저는 임용시험을 5번 떨어졌습니다. 첫 시험에서 1문제 차이로 1차 시험을 불합격하고, 운이 좋지 않았다는 생각에 비슷하게 공부한 결과 2번째 시험에서 떨어지고 나서는 정신이 번쩍 들면서 스님의 사주이야기가 생각이 났습니다. 동기들은 모두 교사생활을 하고 있는데, 저는 '면접을 위해서는 실제 학교 생활을 경험하는 것도 중요하다'라는 이야기에 귀가 펄럭인 나머지, 6개월 기간제 교사 생활을 하고 임용 공부를 이어서 했습니다. 결과는 대 실패였습니다. 27살이 되던 해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기간제 교사도 하지 않고, 집을 떠나 인적이 드문 완주의 교습소 같은 곳에서 공부에 매진하여 보았습니다. 하지만 일부러 교통이 불편한 곳에 갔음에도 불구하고 저의 나약한 의지는 유혹을 견디기 힘들어했고, 5번째 시험이 떨어지던 날에 저는 군대를 가게 되었습니다.
28살의 나이로 20살인 선임의 비위를 맞춘다는 것은 참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일만 생기면 따라오는 '왜, 나이 대접 안 해줘서 기분 나빠?'라는 말에 잠 못 드는 날도 많았습니다. 그래도 상병이 되고 조금 여유가 생기자 공부할 시간이 생겼습니다. 부모님께 부탁해서 공부할 책을 받았고, 1,2차 휴가를 임용시험일자에 맞춰서 쓸 수 있게 되었습니다. 마음속에서는 자꾸 스님의 사주그래프가 떠올랐습니다. "진짜 그 사주그래프라는 게 있다면, 내가 30살 이후에 정말 올라갈 수 있다면, 그렇게 만들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행히 시험에 합격을 했고, 저는 30살이 되던 1월 1일에 전역을 하게 되었습니다.
20대 후반의 우울한 시절에는 정말 모든 게 싫었고 부끄러웠으며, 모든 사람이 부러웠습니다. 아버지와 함께 장례식장에 간 날을 기억합니다. 아버지께서는 직장동료분이 묻는 "아들은 어떤 직장에 다녀?"라는 질문에 "초등학교 교사야"라고 대답하셨고, "초등학교 교사 최고지"라는 이야기를 주고받으셨습니다. 장례식장에서도 굉장히 마음이 무거웠지만, 집에 돌아오는 길에 아버지와 침묵 속에서 집으로 향할 때는 정말 눈물이 날 뻔했습니다. (지금은 이것도 추억이라고 생각합니다.)
3. 오늘의 결론
'약한 게 아니라 shunyoon:한 거야'는 내 안의 상처들을 용감하게 마주하는 법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책입니다. 글을 읽다보면 재미있는 그림체에 푹 빠질 뿐 아니라, shunyoon작가의 에세이 속에서 shunyoon 작가의 슬픔과 마주하는 순간, 저와 비슷하게 여러분의 과거와 마주하게 되고, 많은 생각에 잠기게 되실 겁니다. 가끔 매너리즘에 빠지고 삶이 재미가 없다면, 꼭 이 책을 읽어보시기를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