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되돌려 받지 못한 친절이 가르쳐 준 한 가지

by 지훈쌤TV 2025. 1. 26.

 

체험학습과 관련된 에피소드를 하나 풀어보려고 합니다. 

 

저는 전교생이 40명이 되지 않는 작은 학교에서 근무했습니다. 

 

작은 학교에서 선생님으로서의 생활은 힘든 점이 많지만, 학생들에게는 좋은 점이 많습니다. 

 

가장 좋은 건, 체험학습을 자주 간다는 것입니다. 버스 1대에 전교생이 다 탈 수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입니다.

 

무주로 스키캠프를 가기 한 달 전, 담당 선생님께서 저를 찾아오셨습니다.

 

"주말에 가족 행사가 있어서 그런데, 선생님이 대신 사전답사를 가 줄 수 있을까?"

 

왕복 4시간이 넘는 강행군이었지만, 운전하는 것을 좋아하기도 했고 주말에 다른 일정이 있지 않아서 제가 가겠다고 했습니다.

 

이왕 가는 거 조금 도움이 되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사전답사에서 체크해야 할 부분을 확인했습니다.

 

그리고 사전 답사 당일, 리조트 담당자와 만나 체험장소와 숙소, 식당 등을 둘러보며 하나하나 점검하고 사진과 동영상도 찍어놓았습니다. 나중에 선생님이 요청하시면 드리려고요.

 

힘들었지만 새로운 경험이었기에 나름 괜찮았습니다.

 

월요일이 되고 평상시와 같이 시간을 보내고 있는데, 선생님께 쪽지가 왔습니다. 

 

자료 요청하시는 쪽지일 줄 알았는데, 황당한 내용이 담겨있었습니다.

 

"답사 다녀오느라 고생하셨어요. 보고서도 잘 부탁해요."

 

부탁할 때는 그냥 가서 둘러보고 오라고 하시더니, 이제는 보고서까지 작성하라고 하시네요.

 

기분이 나빠서 가서 한 마디 할까 고민했지만, 미리 사진이나 동영상도 찍어놨기에 그냥 보고서를 작성했습니다.

 

기안을 올리려고 하니, 자기가 담당이니 자기가 올리겠다며 파일만 주라고 선심 쓰듯이 이야기하더군요.

 

자기 기분을 상하게 만들고 화나거나 미치게 하는 한 사람을 떠올려보라고 주문한다.

"오늘 밤, 그 사람이 당신 때문에 잠을 설칠까요?"

"전혀요"

"그럼 누가 벌을 받고 있는 걸까요? 누가 벌을 주고 있는 거죠?"

이때 분명히 "둘 다 나 자신이네요"란 답이 나온다.

<트리거>, 마셜 골드스미스

 

이 경험을 통해 깨달은 점이 있습니다. 

 

모든 요청에 친절하게 응할 필요는 없다는 것입니다.

 

누군가의 부탁에 끌려다니며 스스로를 지치는 상황으로 몰아가는 건 제 탓이었으니까요.

 

친절함이 항상 미덕이 되는 건 아니기에,  이제는 거절할 줄 아는 용기를 가져야겠다고 다짐합니다. 

 

여러분도 고민되는 상황이 오면 스스로에게 먼저 물어보세요.

 

"이게 정말 내 마음에서 우러난 대답인가?"

 

그리고 이렇게 말하는 연습을 하세요.

 

"그건 어려울 것 같습니다. 다른 방법을 찾아보는 건 어떨까요?"

 

거절은 때로, 새로운 가능성을 여는 시작일지도 모릅니다.

 

오늘의 작은 이야기가 당신에게 따뜻한 기억이 되기를 바랍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