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모님께서는 운동보다는 공부를 강조하셨습니다.
부모님의 강요로 육상부를 그만두고 종합반 학원을 다녀야 했습니다.
함께하던 육상부 친구들과 자연스럽게 멀어졌고, 학교가 끝나자마자 학원으로 향해야 했기에 참 많이 슬펐습니다.
부모님께서는 성적으로 친구들을 차별하셨습니다.
친구들과 함께 집에 오면 웃으며 맞아주셨지만, 조용히 저를 불러 친구들에 대해 물으시고는 조금 거리를 두는 게 어떻겠냐고 말씀하셨습니다.
중학교 시절을 함께 보낸 소중한 친구들인데 성적, 고등학교 진학 등의 내용으로 거리를 두길 권하는 부모님이 미웠습니다.
어린 시절의 제게는 모두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었습니다.
그래서 그 이후로는 부모님의 말에는 우선 반감을 세우고 듣기 시작했습니다.
세월이 흘러 고등학교 시절, 저는 수학이 너무 재미있었습니다.
수학 공부를 하는 게 즐거웠고, 이해하지 못하는 친구들에게 문제 풀이를 해 주면서 즐거움을 느꼈습니다.
재수를 하긴 했지만, 수능에서 좋은 성적을 얻어 원하는 대학교에 갈 수 있었습니다.
부모님께 서울에 있는 수학교육과에 가고 싶다고 말씀드렸습니다.
하지만 부모님의 반응은 싸늘했습니다.
친척 중 한 분의 이야기를 꺼내시며, 그 길을 걸어가게 되었을 때 생기는 나쁜 점들에 대해서만 이야기하셨습니다.
저는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저랑 그분은 다른 사람인데, 모든 사람이 그 길을 걸어가서 행복하지 않은 것은 아닌데, 왜 부모님께서 가보신 길도 아닌데 이렇게 제 앞을 막으시는 건지 이해하기 힘들었습니다.
부모님이 완강히 반대하시자, 저는 의대 진학도 고민했습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의대 생활을 하고 있는 사촌 형이 반대했습니다.
제가 심성이 약해서 절대 의대 공부를 견디지 못할 거라고 말했습니다.
저를 아끼는 사람들의 말이었지만, 당시에는 그 말들이 제 가능성을 막는 벽처럼 느껴졌습니다.
저는 수학교육과 대신 교육대학교에 입학하게 되었습니다.
그 선택이 최선이었는지 확신하지 못한 채로 말이죠.
하지만 이제는 압니다.
저는 교대를 오길 잘했습니다.
나를 '싫어하는 사람들'에 초점을 맞추면 내 삶은 무거워지고
나를 '좋아하는 사람들'에 초점을 맞추면 내 삶은 가벼워진다
우리에게 두 가지 방향이 모두 열려있고, 선택은 당신에게 달려있다.
기시미 이치로, <오늘부터 가벼워지는 삶>
그때의 저는 앞만 보고 있었습니다.
하고 싶은 것만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부모님과 형은 더 넓은 시야에서 제 가능성과 한계를 함께 보고 있었습니다.
저를 무작정 막으려는 것이 아니라, 저를 보호하려는 것이었습니다.
그때는 이해하지 못했지만, 이제는 알겠습니다.
혹시 지금, 부모님의 말이 이해되지 않는다면, 주변 사람들이 가는 길을 막는다고 느껴진다면, 한 번쯤은 다른 관점에서도 바라보기를 바랍니다.
물론, 정답은 없습니다.
하지만 저처럼 시간이 흐른 뒤에야 깨닫기보다는, 조금 더 일찍 넓게 바라볼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길을 잃은 것처럼 느껴질 때, 우리가 가는 길을 걱정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도 하나의 방향이 될 수 있음을 기억하면 좋겠습니다.
오늘의 작은 이야기가 여러분에게 따뜻한 기억이 되길 바랍니다.
제 이야기를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